"고객님, 커피 나오셨습니다…?", 사물 존칭 파헤치기
"고객님, 피자 나오셨습니다"가 왜 무례한 표현일까요? 무심코 쓴 사물 존칭이 고객보다 물건을 더 높이는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올바른 표현법을 확인하세요.
Nov 28, 2025
핵심 결론부터 3초 요약
사물(커피, 피자 등)은 존대할 수 없습니다. "나오셨습니다"가 아니라 "나왔습니다"가 맞습니다.사물을 높이면 듣는 사람(고객)의 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결례가 될 수 있습니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카페나 식당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이 말, 혹시 어색하게 느껴지신 적 없나요?
너무나 익숙해서 이제는 틀린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을 왕처럼 모시겠다"는 과도한 친절 경쟁이 낳은 이 말투, 과연 듣는 사람에게 정말 예의 바른 표현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틀리는 '사물 존칭'의 실수를 바로잡고, 진짜 격식 있는 표현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한눈에 보는 '틀린 존댓말' 교정표
바쁘신 분들을 위해 자주 틀리는 표현을 표로 정리했습니다.
상황 | ❌ 흔한 실수 (틀린 표현) | ⭕ 올바른 표현 | 이유 |
물건 전달 | 커피 나오셨습니다. | 커피 나왔습니다. | 사물(커피)은 높임 대상 아님 |
가격 안내 | 총 3만 원 이세요. | 총 3만 원입니다. | 사물(돈)은 높임 대상 아님 |
가능 여부 | 대출 가능하십니다. | 대출 하실 수 있습니다. | 사람의 행동(하다)을 높여야 함 |
안내 | 이쪽으로 오시면 되세요.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 불필요한 사물 존칭 |
왜 '피자 나오셨습니다'가 문제일까요?
사람이 피자와 동급이 된다?
"고객님, 피자 나오셨습니다."라는 문장을 뜯어보면, '나오시-'라는 주체 높임 선어말어미 '-시-'가 붙어 있습니다. 이는 문장의 주어인 '피자'를 높이는 꼴이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피자를 존대해 버리면, 피자를 주문한 '사람(고객)'과 '피자'를 동시에 높이는 셈이 됩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내가 피자와 같은 격인가?" 혹은 "사람인 나를 사물만큼만 대우하는 건가?"라고 느껴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비문(非文)입니다.
"~습니다"만 써도 충분히 극존칭입니다
많은 분들이 '나왔습니다'라고 하면 왠지 반말 같거나 퉁명스럽게 들릴까 봐 걱정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종결어미 '-습니다(하십시오체)'는 한국어에서 가장 격식을 갖춘 최상위의 존댓말입니다. 굳이 '-시-'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예의 바르고 정중한 표현입니다.
과도한 '호칭 인플레이션'
이런 현상은 1990년대 백화점과 서비스업계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극존칭을 쓰기 시작하면서 퍼졌다고 해서 '백화점 높임법'이라고도 불립니다.
"상품이 품절이십니다", "사이즈가 없으십니다" 처럼 무엇이든 높여 부르는 것은 언어의 '호칭 인플레이션'일 뿐, 올바른 예절이 아닙니다. 진짜 예의는 정확한 어법을 구사할 때 빛이 납니다.

실전 미니 퀴즈 (OX)
헷갈리는 문장, 이제 구분하실 수 있나요?
- (카페에서) "고객님, 주문하신 케이크 나오셨습니다." (O / X)
- (은행에서) "고객님은 최대 1억 원까지 대출 가능하십니다." (O / X)
- (안내데스크에서) "오른쪽 문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O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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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 및 해설 확인하기
- 정답: X → "케이크 나왔습니다"가 맞습니다. 케이크는 사물이니까요.
- 정답: X → "대출하실 수 있습니다"가 더 정확합니다. '가능'이라는 상태보다 고객이 '대출하는 행위'를 높여야 합니다.
- 정답: O → 아주 정확하고 깔끔한 표현입니다! 굳이 "이용하시면 되세요"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알바생인데, 사장님이 무조건 '나오셨습니다'라고 하래요. 어떡하죠?
A. 현실적인 고민이네요. 실제로 많은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올바른 표현을 쓰면 오히려 "불친절하다"는 항의를 받기도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물 존칭을 쓴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분명합니다. 가능하다면 "주문하신 커피 준비해 드렸습니다"와 같이 주어를 '제(직원)'가 챙겼다는 뉘앙스로 바꾸면 어법도 맞고 친절함도 챙길 수 있습니다.
Q. 지하철에서 "내리실 문"이라고 하는 건 괜찮나요?
A. 논란이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 국립국어원은 '내리는 문'을 권장했으나, 대중들이 '내리실 문'의 '-시-'가 빠지면 무례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 현재는 혼용되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문'을 높이는 게 아니라 '(고객님이) 내리실'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어느 정도 허용되는 분위기지만, "내리는 문은 오른쪽입니다"가 가장 담백하고 정확한 표현입니다.
마무리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문법에 맞지 않는 과도한 아첨이라면, 오히려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건은 낮추고, 사람은 높이는 것. 이것이 한국어 예절의 기본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커피 나오셨습니다" 대신 당당하고 정중하게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Focus on structure first, then refine with rules and reader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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